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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과 영풍의 경영권 분쟁: 1세대부터 3세대까지의 이야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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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과 영풍의 경영권 분쟁: 1세대부터 3세대까지의 이야기

웰빙위즈덤 2024. 9. 21.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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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최근 뉴스에서 고려아연과 영풍의 경영권 분쟁 이야기가 자주 나오고 있습니다. 이 두 기업은 '한 지붕 두 가족'으로 75년 동안 교과서적인 동업관계를 유지하면서 피보다 진한 관계를 보여주는 대표 기업들이었는데요. 1세대, 2세대까지 굳건한 동업관계를 이어오다 어쩌다 3세대에 들어서 두 집안이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게 된 것일까요? 

오늘은 이 두 기업의 탄생과 성장, 경영권 분쟁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1. 서론: 한국 기업 역사의 한 장면
한국 경제 발전의 역사는 곧 기업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중에서도 고려아연과 영풍의 이야기는 한국 기업 성장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49년 한 작은 무역회사에서 시작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비철금속 기업으로 성장한 이들의 역사는 이제 경영권 분쟁이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고려아연과 영풍의 시작부터 현재의 분쟁 상황까지를 상세히 살펴보고자 합니다.

2. 1세대: 창업과 성장의 시대

2.1 영풍기업의 탄생
1949년, 한국전쟁 발발 직전의 혼란스러운 시기에 황해도 출신의 두 사업가가 만납니다. 장병희와 최기호, 이 두 사람은 서로의 뜻을 모아 영풍기업이라는 작은 무역회사를 설립합니다. 당시 한국 경제는 아직 농업 중심이었고, 산업 기반이 거의 없었던 시기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한국의 산업화와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무역이 중요하다는 것을 간파하고 있었습니다.

2.2 비철금속 산업으로의 진출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한국 정부는 본격적인 경제개발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합니다. 이 시기에 영풍기업은 중요한 결정을 내립니다. 바로 비철금속 산업으로의 진출입니다. 아연, 구리, 납 등의 비철금속은 현대 산업의 필수 원료로, 경제 성장과 함께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1971년, 영풍은 울산에 제련소를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비철금속 생산에 뛰어듭니다. 이는 한국 비철금속 산업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사건이었습니다.

2.3 고려아연의 설립
영풍의 비철금속 사업이 성공을 거두자, 1974년에는 고려아연이 별도의 회사로 설립됩니다. 이때부터 장병희는 영풍을, 최기호는 고려아연을 각각 맡아 경영하게 됩니다. 이는 두 창업주가 서로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효율적인 경영을 위해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2.4 1세대의 성공
1970년대와 1980년대를 거치며 영풍과 고려아연은 빠르게 성장합니다.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과 함께 비철금속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두 회사는 이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중화학공업 그룹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특히 고려아연은 세계 최대의 아연 생산업체로 성장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둡니다.

3. 2세대: 안정과 협력의 시대

3.1 경영권 승계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장병희와 최기호는 서서히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그들의 자녀들이 경영을 이어받게 됩니다. 영풍은 장병희의 아들인 장형진이, 고려아연은 최기호의 아들인 최창근이 각각 맡게 됩니다.

3.2 2세대의 협력 관계
2세대 경영진 하에서도 두 회사의 '동업 체제'는 잘 유지됩니다. 장형진과 최창근은 부모 세대의 협력 정신을 이어받아 서로 존중하며 각자의 영역에서 회사를 발전시켜 나갔습니다. 이 시기에 두 회사는 더욱 성장하여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하게 됩니다.

3.3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고려아연과 영풍은 견고한 재무구조와 경쟁력을 바탕으로 위기를 잘 극복해냅니다. 이는 1, 2세대에 걸친 안정적인 경영과 협력 관계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4. 3세대: 분쟁의 시작

4.1 세대교체와 새로운 도전
201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고려아연과 영풍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합니다. 2세대 경영진들이 고령화되면서 자연스럽게 3세대로의 경영권 승계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두 가문 간의 미묘한 갈등이 표면화되기 시작합니다.

4.2 지분 구조의 복잡성
고려아연과 영풍의 지분 구조는 매우 복잡합니다. 두 회사는 서로 상호출자 관계에 있으며, 각 가문이 다른 회사의 지분도 일부 보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복잡한 지분 구조는 3세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갈등의 씨앗이 됩니다. 

정부의 순환출자 규제 강화로, 영풍그룹과 고려아연도 복잡하게 얽힌 지배구조를 개편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었습니다.
특히 '고려아연 →서린상사 →㈜영풍 →고려아연'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가 문제였습니다. 결국 장씨 2세 경영인이자 단일 최대주주인 장형진 영풍 고문이 지난 2019년 서린상사가 보유한 ㈜영풍 지분 10%를 직접 취득하는 방식으로 이 순환출자 고리를 끊게 됩니다. 문제는 이를 계기로 비교적 균형을 유지하던 장씨와 최씨의 영향력이 급격히 장씨 쪽으로 기울어졌다는 점입니다. 장씨는 '장형진 →㈜영풍 →고려아연'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확고히 했지만, 최씨 입장에서 볼 때는 서린상사를 통해 지주회사에 행사하던 영향력이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장씨가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완전히 장악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영풍과 장씨 측이 가진 고려아연 지분은 33%에 그쳐 지배력이 완벽하진 않았고, 실질적인 경영도 여전히 최씨가 맡았습니다. 이 같은 지배구조 변화는 두 가문의 동업 관계에도 중요한 변곡점이 됐다는 평입니다.

4.3 경영 방식의 차이
3세대 경영진들은 각자 다른 경영 철학과 비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려아연 측은 보다 공격적인 투자와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자 하는 반면, 영풍 측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경영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경영 방식의 차이는 두 회사의 미래 전략에 대한 의견 충돌로 이어집니다.

4.4 환경 문제와 사회적 책임
최근 들어 비철금속 산업의 환경 문제가 크게 대두되면서, 고려아연과 영풍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됩니다. 특히 영풍의 석포제련소 문제는 큰 사회적 이슈가 되었고, 이는 두 회사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환경 문제에 대한 대응 방식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 차이가 두 가문 간의 갈등을 더욱 깊게 만드는 요인이 됩니다.

5. 현재 상황: 경영권 분쟁의 본격화

5.1 고려아연의 공격적 행보
고려아연을 직접 경영하면서도, 정작 소유권은 확실하지 못했던 최씨는 변화를 꿔하게 됩니다. 특히 2019년 최씨 3세인 최윤범 회장이 당시 고려아연 대표이사 사장이 되면서 본격적인 독립경영을 준비합니다. 최기호 창업주의 슬하에는 5형제가 있었는데 이중 장남인 최창걸 명예회장의 차남이 바로 최윤범 회장입니다. 최 회장은 사장직에 오른 뒤 물밑 준비를 거쳐, 2022년에 지분 경쟁의 신호탄을 쐈습니다. 당시 사업 협력을 명분으로 고려아연 자사주를 한화, LG화학 등과 맞바꾸며 우호 세력으로 확보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 이전까지 10%포인트 넘게 벌어졌던 최씨와 장씨의 고려아연 지분 격차는 빠르게 줄었고, 2022년 말 회장으로 승진한 최윤범 회장은 유상증자를 통해 마침내 현대차그룹까지 우호지분(약 5%)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장씨 측도 이상한 조짐을 감지하고 곧바로 코리아써키트, 테라닉스, 에이치씨 등 지배력을 가진 영풍그룹 계열사를 총 동원해 고려아연 지분 확대에 나섰지만, 지분 격차는 좀처럼 벌어지지 않게 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2022년 최윤범 회장이 유상증자로 고려아연 지분을 한화에 준 것이 두 집안의 사이가 벌어진 발단이 됐다"며 "올해 고려아연 주주총회 때 이 같은 갈등이 표면 위로 폭발했고, 이제는 완전히 결별 수순에 접어들었다"고 말했습니다.

5.2 영풍의 대응
영풍 측은 고려아연의 이러한 행보에 강하게 반발합니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지분 매입이 적대적 M&A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이사회 구성 변경 등을 통해 경영권 방어에 나섭니다. 이로 인해 두 회사는 본격적인 경영권 분쟁 국면에 돌입하게 됩니다.

5.3 법적 공방
경영권 분쟁은 곧 법적 공방으로 이어집니다. 고려아연은 영풍의 이사회 결의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하고, 영풍은 고려아연의 지분 매입에 대한 불공정거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등 양측의 법적 다툼이 격화됩니다.

5.4 이해관계자들의 반응
이러한 상황에서 주주들과 노동조합,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경영 불안정이 회사의 성장과 고용 안정성에 미칠 영향에 대한 걱정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5.5 사모펀드까지 끼어든 경영권 전쟁

실제로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 영풍빌딩에서 열린 고려아연의 제50기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장씨와 최씨가 표 대결을 벌였습니다. 당시 장씨와 최씨는 합작법인에 대한 신주 발행 제한 규정 삭제와 배당 규모 등의 안건을 놓고 공방을 벌였으나 무승부로 끝났습니다. 이후로도 양측의 경영권 분쟁은 계속되었습니다.
최윤범 회장 측은 올해 6월 그동안 장씨가 경영을 맡았던 서린상사 경영권까지 확보하고, 서린상사 대표이사였던 장씨 3세 장세환 대표를 자리에서 쫓아냈습니다. 고려아연은 이후 40년 이상 영풍과 함께 쓰던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을 떠나 서울 종로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렸으며, 기업 로고도 바꿨습니다. 결국 장씨 측은 지난 12일 사모펀드 운용사 MBK 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지분 추가 확보를 위한 공개매수를 진행하겠다고 기습 발표했습니다. 어떻게 해서라도 고려아연 경영권을 가져오겠다는 선언이었죠. 장형진 고문은 "75년간 2세에까지 이어온 두 가문의 공동 경영의 시대를 이제 마무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공식적으로 결별을 고했습니다.


6. 결론: 향후 전망과 시사점
고려아연과 영풍의 경영권 분쟁은 아직 진행 중이며, 그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와 경영권 승계 문제, 그리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 다양한 측면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 지배구조의 투명성: 복잡한 지분 구조와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경영권 분쟁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 세대 간 경영 철학의 차이: 세대가 바뀌면서 경영 철학과 비전의 차이가 커질 수 있으며, 이는 기업 간 협력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 환경과 사회적 책임: 현대 기업에게 요구되는 환경 보호와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이 기업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습니다.
● 이해관계자의 중요성: 주주뿐만 아니라 직원,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고려한 경영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고려아연과 영풍의 경영권 분쟁은 한국 경제 성장의 한 축을 담당해 온 두 기업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사건입니다. 이 분쟁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 그리고 그것이 한국 기업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동시에 이 사건을 통해 우리는 기업 경영의 본질과 지속 가능한 성장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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